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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나의 아저씨”…故 이선균, 전혜진 배웅 속 영면에 들다 [종합]

배우 고(故) 이선균이 영면에 들었다.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서 이선균의 발인이 엄수됐다. 발인 시간은 당초 이날 정오로 예정됐지만 30분 앞당겨졌다. 아내인 배우 전혜진, 두 아들, 두 형, 누나 등 유족이 이선균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큰 아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장례식장을 나섰다. 전혜진은 둘째 아들의 손을 잡고 이동하다 영정과 관이 운구 차량에 실리는 것을 보며 오열했다. 연예계 동료들도 눈물을 쏟았다. 영화 ‘킹메이커’를 함께한 설경구, ‘끝까지 간다’로 호흡을 맞춘 조진웅, 드라마 ‘파스타’에서 만난 공효진, ‘커피프린스 1호점’의 김동욱, 그 외 이성민, 류승룡, 유해진, 박성웅, 류수영 등이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고인의 유해는 수원시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경기 광주 삼성엘리시움에 봉안할 예정이다. 사망 전 마약 투약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오른 이선균이었지만 이틀 간 빈소에는 좋은 동료로서 고인을 기억하는 연예계 동료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이준익 감독, 김용화 감독, 배우 정우성,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조정석, 공유, 김의성, 김무열, 박소담, 정려원, 문근영, 차태현, 송선미, 이무생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선균과 총 네 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정유미도 조문했고, ‘나의 아저씨’에 함께 출연한 아이유, 오나라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빈소가 차려졌던 1호실 입구 벽에는 팬들이 남기고 간 메모가 빼곡히 붙어 고인을 추모했다. 이들은 “굿바이 나의 아저씨”, “이젠 편히 쉬세요”, “훌륭한 배우였기에 더 안타깝습니다”, “당신이 노력과 진심을 쏟아 만들어주신 작품들이 수없는 사람을 구해줬어요”라는 글을 남겨 고인을 애도했다. 1999년 데뷔한 이선균은 오랜 무명 생활 끝에 2007년 드라마 ‘하얀 거탑’,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연이어 성공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드라마 ‘파스타’(2010), ‘골든 타임’(2012), 영화 ‘화차’(2012),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끝까지 간다’(2014) 등 꾸준히 좋은 작품에 참여했다. 2018년 가수 겸 배우 아이유와 함께 호흡을 맞춘 드라마 ‘나의 아저씨’로 마니아층을 만들었고, 이듬해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차지하면서 영광을 누렸다. 올해 1월에도 SBS 드라마 ‘법쩐’이 시청률 10%를 넘으며 흥행했으며, 5월에는 영화 ‘잠’,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2편이 칸영화제에 동시 초청되기도 했다.그러던 중 10월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졌고, 이선균은 지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3일 고강도의 경찰 조사를 받았던 이선균은 27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선균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이선균의 사망으로 인해 그의 마약투약 혐의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예정이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마지막 회에서 박동훈(이선균)은 우연히 재회한 이지안(아이유)에 묻는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라고. 지안은 나지막하게 ‘네’라고 답한 뒤 다시 한 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라고 말한다.지안의 안녕을 빌어준 동훈과 달리, 이제는 이선균에 어떤 안부도 물어볼 수 없게 됐다. 그저 편안함에 이르렀길 바랄 뿐이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12.2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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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선균, 영면에 든다…오늘(29일) 발인

배우 고(故) 이선균이 영면에 든다. 이선균의 발인이 29일 낮 12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다. 고인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노상에 세워진 차 안에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0월 마약 의혹이 불거진 지 약 2개월 만이다. 빈소에는 영화 ‘킹메이커’에서 호흡을 맞춘 설경구와 고인의 유작 중 한 편인 ‘행복의 나라로’에 출연한 유재명, 조정석 등 동료 배우들이 방문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또 영화 ‘킬링 로맨스’의 이원석 감독과 마약 의혹이 터지며 고 이선균이 막판에 하차한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 출연하는 대만 배우 허광한도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이선균은 20대 긴 무명 시절을 거쳐 30대 들어 빛을 보다가, 40대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노력파 배우였다. 특히 이선균은 올해는 연으로 출연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잠’ 2편이 동시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20여 년의 배우 인생 정점에 올라섰다. 이외에도 대표작으로 드라마 ‘나의 아저씨’, ‘파스타’, ‘하얀거탑’ 등이 있다. 고인의 장지는 당초 전북 부안 선영이었으나 수원장으로 변경됐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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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문근영 등 故이선균 빈소 찾아… 이틀차도 영화인 추모 이어져

영화 ‘기생충’을 함께한 봉준호 감독이 고(故) 이선균의 빈소를 찾았다. 평소 영화계에서 두루두루 좋은 평판을 누리던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많은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다.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봉준호 감독이 다녀갔다. 두 사람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무려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을 함께한 사이다. 봉 감독이 이 인연으로 ‘기생충’의 조연출이었던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 ‘잠’ 시나리오를 고 이선균에게 읽어보라 권해 출연까지 이르렀을 정도. 고인 역시 많은 인터뷰에서 ‘기생충’에 대한 애틋하고 각별한 마음을 자랑했던 바 있다.배우 문근영 역시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았다. 고인을 떠나보낸 슬픔이 컸는지 붉어진 눈시울로 고인을 애도했다.앞서 빈소가 차려진 첫날에도 영화 ‘킬링 로맨스’의 이원석 감독, ‘끝까지 간다’에서 호흡을 맞춘 조진웅, ‘킹메이커’에서 함께한 설경구, 고인의 유작 가운데 하나인 ‘행복의 나라로’에 출연한 유재명, 조정석 등 많은 동료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또 마약 의혹이 터지며 고 이선균이 막판에 하차한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 출연하는 대만 배우 허광한도 빈소를 방문했다.고인은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노상에 세워진 자신의 차량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지난 10월 말 마약 의혹이 처음 수면 위로 불거진 지 약 2개월 만이다. 발인은 29일이다.당초 발인은 29일 0시였으나 낮 12시로 변경됐다. 장지 역시 전남 부안군 선영에서 수원연화장으로 바뀌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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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선균 빈소, 설경구 조진웅 ‘노 웨이 아웃’ 허광한 등 영화인 조문 이어져

많은 동료들이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이선균의 빈소를 찾아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된 고 이선균의 빈소에 수많은 영화계 관계자들이 방문했다.영화 ‘킬링 로맨스’의 이원석 감독, ‘끝까지 간다’에서 호흡을 맞춘 조진웅, ‘킹메이커’에서 함께한 설경구, 고인의 유작 가운데 하나인 ‘행복의 나라로’에 출연한 유재명, 조정석 등 많은 동료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방문했다. 또 마약 의혹이 터지며 고 이선균이 막판에 하차한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 출연하는 대만 배우 허광한도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빈소가 차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끊이지 않는 동료들의 발걸음은 고인의 평소 행적을 짐작케 했다. 배우 김성철, 송영규, 유연석, 이성민 등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가족, 지인들만 모인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지는 장례인 만큼 장례식장 주변은 경계가 삼엄했다.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1호실은 외부와 분리돼 있었고, 빈소 외부로 옮겨진 근조화환에는 이름 및 소속 등을 알 수 없게 조치가 취해졌다.고인은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노상에 세워진 자신의 차량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지난 10월 말 마약 의혹이 처음 수면 위로 불거진 지 약 2개월 만이다.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 발인은 29일이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27 23:01
영화

‘소년들’ 설경구 “실화의 무게, 마음이 떨렸다” [IS인터뷰]

“만나면 그 기억이 자꾸 마음에 남아요. 떨림도 있고요. 이번에도 ‘소년들’의 실제 인물들과 만났는데, 지금 이런 말씀을 드리면서도 떨림이 느껴질 정도예요. 억울하게 엉망진창이 된 인생을 살면서도 순박함을 잃지 않고 어떠한 경지에 올라간 것만 같더라고요. 마음이 이상했어요.”실화에는 무게가 있다. 영화에서 다루는 사건을 실제 삶에서 관통해낸, 혹은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생존해 있는 경우 이를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 생각과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을 영화화한 ‘소년들’의 배우 설경구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실 실제 인물을 잘 안 만나는 게 내 방식”이라고 이야기했다.설경구는 ‘킹메이커’, ‘생일’, ‘그놈 목소리’, ‘역도산’, ‘실미도’ 등 실화나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영화에 다수 출연해왔다. 이런 작품들을 해오며 실화의 무게를 극복하는 나름의 방법이 생긴 셈이다. 이번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설경구는 ‘소년들’의 배경이 된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에서 누명을 쓴 피해자들 외에도 이춘재 8차 사건의 누명을 썼던 인물, 낙동강변 살인사건에서 누명을 썼던 인물 등도 만났다. 특히 이춘재 8차 사건과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누명 피해자들은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으로 장학회까지 운영하고 있어, 그 사실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정말 대단하시지 않나요. 이춘재 8차 사건의 누명을 쓴 분은 23살에 감옥에 들어가서 44살에 나오셨어요. 20대, 30대, 40대 초반까지 인생이 전부 날아간 거예요.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누명 피해자는 아기가 2살 때 감옥에 갔는데 나오니까 24살이더래요. 그런 분들이 보상금으로 장학회를 만들어서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시고 한다는 게, 저로선 그냥 ‘대단하시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죠.”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한동안은 마음이 무겁다. 누군가가 겪은 감정의 진폭이 큰 사건은 그것을 듣는 이들의 마음에도 깊이 박히게 마련이다.어쩌면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꾸준히 만들어지는 건 이 같은 이유에서일지 모른다. 보도가 됐을 당시에는 분개하다가도 이내 자신이 겪지 않은 일은 머리에서 사라지니까. 실화 소재 작품들은 관객과 시청자들의 기억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좋은 일은 계속해서 잇고 나쁜 일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경각심을 갖게 한다. 설경구는 “진실 앞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힘에 저항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며 “그런 안타까운 순간을 ‘소년들’을 통해서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현실이 영화보다 더 잔인할 때가 많이 있어요. 우리 영화에선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실제로는 못 그러셨다고 해요. 수사과정에서의 트라우마 때문에…. 글쎄요, 재심을 통해 사건이 바로잡혔다곤 하지만 그게 정말 바로잡힌 걸까요. 날아간 그들의 십수년을 떠올리며 영화를 봐주셨으면 합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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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 아이돌’ 설경구x‘현역 아이돌’ 도경수, ‘더 문’ 브로맨스 기대↑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와 현역 아이돌 도경수가 영화 ‘더 문’에서 남다른 연기 호흡을 맞춘다.‘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사투를 그린 영화.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이 처음 선보이는 SF영화라는 점에서 기획부터 화제를 모았다. 설경구는 영화 ‘불한당’과 ‘퍼펙트맨’ ‘자산어보’ ‘킹메이커’ 등을 통해 남다른 브로맨스 연기를 선보여왔다. 특히 설경구는 ‘불한당’으로 지천명 아이돌이란 별명을 얻으며 현직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그런 그와 엑소로 두터운 팬덤을 갖고 있는 도경수의 만남이라 일찌감치 팬들의 기대가 컸다. 설경구와 도경수는 ‘더 문’에서 지구에서 우주 대원을 살리려 필사의 의지를 발휘하는 전임 우주센터장 재국과 달에서 홀로 살아남은 우주 대원 선우로 만나 극한의 상황을 뚫고 무사 귀환이라는 두 번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실제로 만나는 장면이 거의 없지만, 교신 모니터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소통하며 교감한다. 설경구는 “도경수가 통풍이 잘 안되는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세트 안에서 연기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몸을 잘 쓰는 사람이라서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 유영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완성된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도경수는 “설경구 선배와 함께 연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자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기회만 있다면 또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에 설경구는 “함께 촬영하는 신이 거의 없었음에도 도경수를 만났을 때 감정이 쌓인 것 같이 뭉클했다. 꼭 다른 작품으로도 호흡을 다시 맞춰보자고 했다” 라고 말했다.둘의 남다른 케미가 빛나는 ‘더 문’은 8월2일 개봉한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6.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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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의 B컷] ‘길복순’과 변성현 다시 보기

때로 영화에서 무엇을 보여 주는가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보여주지 않는가이다. 보여주지 않는 부분에서 관객과 오해 없이 교감하는 감독은 탁월하다.그런 의미에서 변성현은 탁월한 감독이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부터 ‘킹메이커’를 지나 ‘길복순’까지 지난 세 편의 작품을 통해 변성현 감독은 흉내내기 어려운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 나아가 세계를 완성했다. 주절주절 늘어놓는 대신 비유와 은유로 은근히 던져놓는 말맛, 완급 조절의 끊는 기술이 작품이다.변성현 감독의 작품들이 어떤 거대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다. 전작들 간 장르적 공통점이나 딱히 반복되는 패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 세 작품을 연결 지어 보게 되는 큰 고리가 있다. ‘아이러니’다.‘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교도소에서 만난 범죄조직의 2인자 재호(설경구)와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길복순’은 킬러 생활을 은퇴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살인청부업자이자 엄마인 길복순(전도연)의 이야기를 각각 그렸다. 범죄, 드라마, 액션으로 장르도 배경도 서사도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이들 인물들이 저마다의 모순과 딜레마를 껴안고 산다는 점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업으로 하는 길복순은 엄마가 된 이후 고민에 빠진다. 엄마는 하나의 생명체를 잉태하고 길러내는 존재. 사람을 죽이기만 했던 사람이 누군가를 길러내는 일을 부여받았다는 건 그 자체로 모순이다. 길복순은 딸을 낳는 대신 아이로 인해 일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겠다고 회사와 약속했다. 애초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고, 결국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을 촉발하는 촉매제가 된다.죽이는 킬러로 남을 것인가 살리는 엄마로 살아갈 것인가. 길복순의 고민이 마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였던 ‘햄릿’을 떠올리게 한다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속 재호와 현수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 섞일 수 없는 출신의 두 사람이 함께하는 방법은 결국 서로를 파괴하는 것뿐. 물론 그런 사랑의 끝은 대개 비극이다. 이런 모순의 백미를 보여주는 건 ‘킹메이커’다. 명분과 대의를 갖춘 김운범은 이기는 법을 모른다. 애초에 이기려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대의를 이루기 위해 이기고 싶고, 이기는 방법을 아는 서창대와 손을 잡는다. 김운범이 만드는 세상을 보고 싶은 서창대는 그를 선거에서 이기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끝내 그의 곁에 나란히 서진 못 한다. 김운범이 빛나면 빛날수록 그의 대의와 걸맞지 않는 서창대는 더욱 어둠 속으로 숨어야 한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변성현 감독은 영화에 시각적으로 녹여냈다. 인물들의 얼굴에 빛과 그림자가 쏟아질 때 관객들은 그의 내면에 있는 욕망과 그가 처한 상황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쓸데없는 서술이 없는 담백함이다.‘길복순’에서 비슷하게 사용된 것이 붉은색과 초록색의 대비다. 붉은색 재킷을 입고 살인을 하는 길복순은 딸을 만나러 가기 전엔 그린빛으로 가득한 마트에서 장을 본다. 어쩐지 자신과 닮은 것 같은 딸의 가방에서 담배 말보로 레드가 나오면 기겁을 하고, 스팸을 집어먹는 딸 앞에 억지로 시금치를 밀어놓는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딸 재영(김시아)이 복순의 장바구니에서 굳이 빨간 사과를 꺼내 먹는 장면에선 실소가 터진다. 하여튼 삶이란 참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는 법이다. ‘킹메이커’와 ‘길복순’만 놓고 봐도 그렇잖은가. 명분이 있는 자(김운범)는 이길 방법을 고민하지만, 늘 이겨온 전설의 킬러 길복순은 명분을 고민한다. ‘자식 앞에 떳떳한 살인이 있는가’를 두고.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안중근 모두 사람을 죽인 공통점이 있더라”는 재영의 말은 복순의 그런 고민조차 우습게 밟아버리고 말지만.‘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흥행 성적과 별개로 탄탄한 마니아층 덕분에 오랜 시간 회자되고 있다. 이 영화 팬들을 일컬어 ‘불한당원’이라고까지 할 정도다. 굳이 ‘불한당원’이 아니더라도 이번 연휴 시간이 된다면 변성현 감독의 전작들을 쭉 훑어보길 권하고 싶다. 대사로 들려주기보단 보여주는 작업에 탁월한 변 감독의 영화에서는 두 번, 세 번 봐도 새롭게 발견하는 지점이 있다.이번에 작품들을 다시 보면서는 특히 러시아어 표현들이 눈과 귀에 들어왔다. ‘길복순’에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차민규(설경구)가 들어가는 작업 장소의 간판이 ‘아케론’이다. 아케론강은 그리스의 지하세계를 흐르는 강 가운데 하나로 저승을 감싸고 있다. 이것만 봐도 차민규의 앞날은 예견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선 고병철(이경영)이 러시아 마피아에게 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원래 발음은 “스파시바”가 맞지만 고병철은 이를 “시파스바”라고 한다. ‘이 허술한 양반 딱 뒤통수 맞겠다’ 싶다. 감독이 발음까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골때리는 장면이 됐다.‘불한당’ 때부터 눈여겨보고 ‘킹메이커’에선 변성현 감독에게 완전히 압도됐지만, 어쩐 일인지 변 감독이나 그의 작품에 대한 글다운 글을 한 번도 못 썼다. 잘쓰고 싶어서 미루고, 미루다 보면 결국 안 하게 되는 아이러니. 세상 참 모순이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5.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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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이 밝힌 ‘길복순’의 길고 긴 A to Z [IS인터뷰]

‘길복순’은 올 해 공개된 한국영화 중 단연 최고 화제작이다. 비록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관객수나 매출액 집계는 없지만, 시청시간 만큼은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이다. 넷플릭스에서 유일하게 공개하는 매주 콘텐츠 시청시간 집계인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뒤 2주 연속 비영어권 영화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2주차 시청시간은 2571만으로, 영어권 영화들과 비교해도 전세계 2위 기록이다. 변성현 감독과 전화와 만남을 통해 ‘길복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전도연을 놓고 어떤 작품을 할까 고민하다가 ‘길복순’을 만들었다던데. 왜 전도연, 왜 킬러 이야기였나.설경구가 영화 ‘생일’ 촬영 현장에 놀러오라고 해서 갔던 적이 있다. 워낙 전도연 팬이었던 터라 가긴 했는데 막상 가서는 촬영장 밖에 있었다. 팬이다보니 가까이 가서 인사하고 그런 것보다는, 왜 그 먼 발치에서 보고 싶다는 그런 마음 있잖나. 결국 그날 설경구가 서프라이즈 술자리를 열어서 전도연과 처음 인사했다. 그 뒤로는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가 ‘생일’ 시사회 때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마침 그날 이선균이 출연한 영화 ‘악질경찰’ 시사회가 있어서 거기를 가야 했다. 꼭 ‘생일’ 보겠다고 답하고 난 뒤, ‘킹메이커’를 찍고 있을 때 전도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매우 정중하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해서 당연히 찾아 뵀다. 시나리오를 주면서 읽어보고 연출을 검토해 볼 수 있냐고 하더라. 그건 싫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내가 쓴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니깐. 그랬더니 전도연이 “감독님, 나랑 뭐 해 볼 생각 있냐”고 하더라. 솔직히 부담스러웠던 게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전도연이잖나. 너무 잘해야 할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쓰면 아무 것이라도 하실거에요?”라고 했다. 당연히 그건 책을 읽어보고 해야죠,라고 할 줄 알았는데 바로 “그래요”라고 하더라. 그 때부터 전도연을 놓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전도연과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걸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장르를 액션으로 구상했다. 여러 작품들 속에서 전도연은 항상 희생하거나, 희생 당하거나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냥 전도연이 나와서 다 죽여버리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길복순’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전도연을 매우 잘 썼다는 점이었는데. 전도연과 현장에서 매우 치열했다. 전도연이 준비하는 것과 내가 생각한 게 아무래도 다를 수가 있으니깐. 일단 난 첫 테이크는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지 않는다. 배우가 준비해온 걸 본다. 내 생각과 아주 다를 경우 그 때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 하니깐, 막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했다. 전도연은 정말 대배우잖나. 내가 막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는 “알았어요. 해볼게요”라면서 내 의도대로 다 해줬다. 단 한 번도 내 뜻대로 안 해준 적이 없다. 내가 그렇게 어리숙하게 이야기하는 걸 귀엽게 봐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번은 전도연이 CCTV에서 설경구를 보고 뒤도는 장면을 찍는데, 전도연이 어떻게 연기해요,라고 먼저 묻더라. 사실 어떻게 디렉션을 할지 준비를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뒤를 돌 때 얼굴에서 분노와 슬픔과 두려움을 한 번에 표현해달라고 했다. 순서대로가 아니라 한 번에. 그 말을 듣고 전도연이 “그게 뭐야”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하고 모니터에 앉으면서 속으로 “난 최악의 감독이야”라고 외쳤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연기하더라. 그냥 미쳤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우다. -전도연과 작업이 사실 쉽지는 않다. 감독들 사이에서는 너무 연기를 잘 하다보니 신을 잡아먹는 평을 듣기도 하고, 그렇게 잡아먹힌 신을 배우 연기가 워낙 좋다보니 감독이 그대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가 원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런 점에서 ‘길복순’은 전도연의 장점을 극도로 활용했고 그게 이 영화와 아주 잘 맞았는데.사실 엄청 쫄았다. 워낙 전도연이다. 하려면 진짜 내가 잘해야했다. 진짜로 미친듯이 준비해서 현장에 나왔다. ‘길복순’은 전도연이란 배우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게 무엇일까로 출발했다. 그래서 직업을 킬러로 정하고, 그 다음에는 인간 전도연에게 가장 가까울 게 무엇일까를 고민해서 엄마를 떠올렸다. 전도연은 딸에게 굉장히 친구 같은 엄마다. 싸우고 삐치고 어려워하고. 스태프, 배우들과 술자리를 같이 할 때는 완전히 우두머리인데, 딸에게 전화오면 조용히 받고 “나, 집에 가야해”라고 하고 간다. 그 아이러니가 너무 좋고 멋있었다. 그렇게 가장 안 어울리는 것과 가장 어울리는 것을 뼈대로 정하고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킬러들이 회사에 소속돼 있다는 건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런데 대기업 같은 킬러 회사가 있고, 또 그 회사가 정한 규칙이 있고, 그게 이 영화에 주요한 설정으로 사용되는데. 규칙을 깨부수기 위해 규칙을 만들었나.일단 차민규(설경구)가 대표로 있는 킬러회사 MK. ent는 독과점이란 소리까지 듣는 업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킬러회사다. 사실 MK는 한국 엔터산업에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를 떠올리면서 만들었다. 킬러 일도 엔터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 영화 속 세 가지 규칙은, 규칙을 깨도 아무 일도 벌어지진 않지만 관계 때문에 어그러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서 설정했다. -‘길복순’은 액션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액션이 에스컬레이터처럼 더 강하고 더 화려하게 올라가지 않는다. 예컨대 보통 액션영화는 엔딩에서 액션이 가장 화려한데 비해 ‘길복순’은 그렇지 않은데.내가 ‘길복순’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장면이, 하나는 길복순과 딸 길재영의 대화 장면이고, 하나는 엔딩이다. 딸과 대화 장면은, 난 이 영화가 딸이 엄마한테 문을 열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길복순이 가장 힘든 하루를 겪은 다음에 딸과 나누는 대화. 그리고 엔딩은 설경구와 전도연이 이연결과 견자단이 아니지 않나. 액션영화지만, 결국은 감정적인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 -대화 장면에서 딸이 길복순에게 “엄마, 미안해”라고 하자 길복순이 “밥 먹었니”라고 답하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으로 길복순이 총리후보자 아들을 죽이라는 의뢰를 실패한 선택이 설명되기도 하고.사실 시나리오에는 길복순이 왜 의뢰를 실패하는지 이유를 구구절절 써놨었다. 그러다가 전도연의 표정이면 다 설명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다 빼 버렸다. 왜 엄마가 아무리 화를 내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면 받아들여주지 않나. 그리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고. -‘길복순’도 색 설계가 두드려진다. 빨간색과 녹색, 파란색, 그리고 빨간 사과를 매우 인상적으로 사용했는데.길복순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렸기에 녹색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빨간 사람이지만. 그래서 딸을 녹색으로 키우고 싶고 녹색의 공간에서 자라게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딸과 밥을 먹을 때 스팸보다는 녹색인 시금치를 딸 앞으로 둔다. 집 안의 중정도 녹색이 가득한 공간이고. 그야말로 딸을 녹색으로 칠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딸이 커밍아웃을 하고, 받아들일 때도 녹색의 공간 속에 있다. 설경구가 연기한 차민규는, 파란 색으로 단순하게 설계했다. 차갑고 냉철한. 사과는 선악과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사과가 세 번 등장한다. 처음 두 번은 딸이 사과를 먹고, 마지막에는 안 먹는다. 딸은 윤리를 아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사과를 먹으면서 공정과 불공정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딸이 마지막에 엄마를 받아들이면서, 선과 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 나는 선악과를 먹지 않는다는 의미를 넣고 싶었다. -동성애 코드와 근친 코드를 넣은 이유는? 세상의 규칙과 금기를 부셔버리고 싶었나.그런 의도는 아니다.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비밀이 있길 바랐다. 엄마는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다. 반면 딸의 비밀은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엄마가 못 받아들일 딸의 비밀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동성애를 생각했다.근친은 처음부터 동생이 오빠를 좋아하는 걸 그런 이유로 생각하지 않았다. 금기를 깨야겠다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금기를 깨는 게 예술가의 특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난 그런 거장이 아니다. 그냥 이솜이 맡은 차민희는 오빠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왜 커서 아빠랑 결혼할거야,라는 아이처럼. 민규가 민희를 잘 못 키운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상태로 민희는 어른이 돼 버린 것이다. 근친이라면 서로 좋아해야 하는데, 이 관계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솜에게 최대한 아이처럼 웃고, 최대한 아이처럼 감정을 드러내달라고 부탁했다. 내꺼를 빼앗겨서 질투하는 아이 같은. 바나나우유도 원래 없던 설정이었는데, 촬영장에서 이솜에게 마시도록 부탁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시작”이라고 이솜이 외치는 걸 현장에서 “요이, 땅”으로 바꿨다. 그저 아이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민희가 마지막 길복순에게 죽기 전에 가장 환하게 웃길 바랐다. 영정 사진도 가장 웃는 모습이길 바랐다. 그래서 이솜이 활짝 웃었는데 포토샵으로 더 웃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솜이 흰 옷을 입는 것도 그렇게 순수한 아이 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길복순’은 못 가져서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가지고 있는 걸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기시 되는 걸 건드리겠다는 것보다는 ‘불한당’ ‘킹메이커’ 등 전작들처럼 무너져 내리는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 -이 영화는 전도연과 황정민이 싸우는 장면, 상가식당에서 전도연과 킬러들이 싸우는 장면, 이연과 전도연의 대련 장면, 설경구와 전도연의 엔딩 장면, 설경구의 러시아 바 장면 등 크게 다섯 번의 액션이 있다. 액션 설계는 어떻게 했나. 전도연과 설경구가 이연걸과 견자단이 아닌데 액션을 대부분 직접 소화해야 했다. 액션도 감정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고려했다. 한편으로는 킬러영화들의 법칙을 깨고 싶었다. 주인공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무명의 다수와 싸우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길복순은 꼭 이름이 있는 등장인물들과만 싸우게 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한국의 톱 킬러인 길복순과 일본의 톱 야쿠자와 싸우는 것으로 열고자 했다. 사실은 야쿠자 역을 일본 톱배우를 섭외하려 했고, 실제로 진행도 됐다. 그런데 당시 코로나19로 입국하면 2주 격리를 해야 하는데, 며칠 촬영을 위해 일본 톱배우를 그렇게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고민하고 있는데 전도연이 황정민을 직접 섭외했다. 일본 배우 섭외가 안되면 재일교포로 가려고 시나리오부터 그렇게 써놓기는 했다. 황정민은 원래 관동의 호랑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배운 일본어가 관서쪽이라고 해서 관서의 호랑이로 바꿨다. 난 그 장면은 분위기와 무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액션을 화려하게 가는 게 아니라 무드를 화려하게 가자, 그래서 지하철이 지나가는 빛이 마치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거기가 동호대교라는 설정이고. 이 영화는 이렇게 말이 안되는 이야기니, 황당함과 뻔뻔함과 유치함을 시작부터 받아드려 달라는 액션 장면이었다. 전도연과 이연의 액션은 넓게 보여지게 설계했다. 전도연의 의상을 정해놓고 탱고 같은 액션으로 구상했다. 또 둘의 대결이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대전 게임처럼 보이길 바랐다. 둘이 맞붙기 전에 이연이 화장실에서 하는 액션은, 여느 다른 한국영화 액션처럼 보여지길 바랐다. 완전히 다른 액션영화처럼. 그런 액션을 보여주고, 탱고와 대전 게임 같은 액션을 붙여서 이 영화의 액션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상가액션은, 설계부터 미술감독과 촬영감독,무술감독이 많은 회의를 했다. 박스로 일일이 테이블을 만들고 어떻게 동선을 짤지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봤다. 보통 액션영화에선 직사각형 같은 넓은 공간에서 액션이 펼쳐지는데, ‘길복순’은 한 공간에서 이동하면서 액션이 펼쳐지는 걸 의도했다. 미술감독이 공간을 그런 목적으로 설계했다. 다만 거의 모든 액션을 배우들이 다 소화해야 했고, 내가 컷을 길게 쓰는 편이 아니라 배우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한 달 정도 그 장면을 찍었는데, 괴로운 것을 배우들에게 시키고 나는 너무 편하게 있나 싶은 생각이 진짜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액션영화는 더 하기 싫어지더라. 전도연은 거의 모든 액션신에서 얼굴이 나오기 때문에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는 두 장면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본인이 다 했다. 상가액션에서 배우들의 무기도 캐릭터 별로 다 설계했다. 김기천이 쓰는 채찍 같은 경우, 소품팀이 채찍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차라리 올가미를 쓰자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만화 보면 채찍을 그렇게 쓰지 않냐며, 우리 영화는 만화 같은 거니 그냥 가자고 했다. 회사가방에서 꺼내는 삼단봉도 그렇고. 길복순과 싸우는 킬러들도 그냥 회사원들이고,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인데, 서로 친하다가도 기회를 오면 잡으려 할 것 같았다. 다른 킬러영화들처럼 현상금 때문에 길복순을 죽이려는 게 아니고 승진이나 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죽으려 하는 것이라 설정했다. 그걸 길복순도 이해하고. 그게 사회생활이니깐.킬러들이 자기들끼리 A급, B급, C급 이야기를 하고 미션도 그렇게 나누는 건 스태프들과의 술자리에서 착안했다. 내가 배우들보다 스태프들과 술 먹는 걸 더 좋아하는데, 자기들끼리 “이제 B급이 됐네” “A급이야”라고 이야기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내가 아는 사회생활이 이것 밖에 없기도 했다. -엔딩의 전도연과 설경구 액션에서 눈에 띄는 건 수싸움의 표현인데. 어떻게 찍었나.진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훨씬 화려하게 구상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랬다가는 그 액션신 다음의 감정과 안 닿을 것 같아서 뺐다. 일단 그린 스크린을 세우고 로봇암으로 카메라를 고정한 다음 이쪽저쪽에서 다 찍었다. 굉장히 오래 걸렸다. 탁자에서 칼로 베는 게 실제로 해보면 굉장히 어렵다. 나도 해봤는데 잘 안된다. 다행인 것은 ‘길복순’은 액션을 순서대로 찍었는데 전도연이 그 때는 액션의 달인이 됐다. 전도연이 지금 황정민과 첫 장면을 찍으면 진짜 잘할텐데라고 하기도 했다. 설경구가 전도연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는 장면도 둘이 다 실제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액션에 감정이 담기길 바랐다. 또한 이 엔딩 액션을 놓고 사실 제작진끼리 굉장히 의견이 엇갈렸다. 나도 불안했다. 사람들이 액션영화를 볼 때 마지막 액션을 가장 기대하는 법인데 ‘길복순’은 그렇지 않으니깐. 반원창이 배경에 있으니 다른 액션영화라면 그걸 깨고 나가서 난간에서 싸우고 그럴 테니 우리도 그러자는 의견들도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다른 액션영화들과 똑같으니깐 오히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싸움으로 화려한 건 보여주고 실제 액션은 짧게 가는 걸로 정리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차민규가 길복순 딸에게 전화하면 그걸 길복순이 이어 받는 것도 넣었는데 그렇게 찍지 않았다. 그냥 마지막에 둘이 대화를 오래하게 만들고 싶었다. 왜냐면 설경구에게 그 장면은 멜로신이기도 하니깐. 둘이 치열하고 우아하게 싸우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설경구의 피도 꽃처럼 피어나길, 미술팀에 부탁했다. -러시아 바 액션 장면은 ‘올드보이’ 오마주 같기도 한데.그렇다기보다는 ‘올드보이’가 워낙 클래식이니 이제 그런 장면의 대명사처럼 된 게 아닌가 싶다. 러시아 액션신은 코로나19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원래는 러시아 액션배우들을 데리고 와서 찍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해서 일반 러시아 사람들을 액션 연습시켜서 찍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며칠 연습하다가 힘들면 도망가기가 일쑤였다. 끝까지 연습해서 찍은 배우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문제는 전문 액션배우가 아니니깐 액션을 연기가 아니라 진짜처럼 한다는 점이었다. 원래 액션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액션배우의 도움을 받기 마련인데, 그 장면에선 설경구가 제일 액션 전문가였다. 러시아 배우들이 진짜로 힘을 쓰니 설경구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러시아 바 액션도 로봇암을 이용해서 동선을 짜고 찍은 뒤 한 컷 한 컷 붙였다. 러시아 바 액션신은 민규가 복순 때문에 화가 난 상태에서 싸우기에 짐승 같은 거친 것들이 드러나길 바랐다. ‘불한당’에서의 설경구와 ‘길복순’에서의 설경구를 차별화 하기 위해서 준 설정이 안경이다. ‘불한당’에선 평소에는 껄렁 거리다가도 화가 나면 차가워지는데, ‘길복순’에서 설경구는 평소에 안경을 쓰고 있으면 냉정하지만 안경을 벗으면 짐승처럼 분노가 표출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모두 길복순 때문에 안경을 벗는다. 길복순 때문에 야수성이 표출된다. 그래서 그 러시아 바 액션은 설경구의 꼬라지가 야수성으로 발현되는 게 목표였다.그 장면에서 싸우기 전에 안경을 벗는 건, 서부극에서 카우보이들이 바에 앉으면 모자를 벗는 것도 연상되길 바랐다.또 그 장면은 보통 바에서 액션 장면이 벌어질 때 일어나는 것들을 다 피하고 싶었다. 보통 바에서 액션을 하면, 주인공이 바 밑으로 숨는다. 그래서 ‘길복순’에선 바 대신 설경구가 난간에 숨는다. 다른 영화라면 바에서 싸우면 벽에 있는 술병들이 다 깨지고, 샹들리에를 꼭 쏴서 떨어뜨리는 데 그걸 피하고 싶었다. 한아름 미술감독이 기껏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더니 거기서 안싸운다고 하더라. 아무튼 그런 전형적인 걸 피하다보니 난간에서 싸우고, 난간에서 싸우니 눈이 오게 하자고 해서 눈을 넣었다.-극 중 이름을 그냥 주위에서 착안해서 만드는데. 길복순은 전도연 이모 이름이고, 구교환이 맡은 한희성은 레진코믹스 대표 이름이기도 한데. 일단 길복순의 성인 ‘길’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킬 빌’의 킬에서 따왔다. 어차피 여자킬러 이야기면 ‘킬 빌’을 떠올릴 텐데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는 길복순 이름은 길재영이었다. 재영은 전도연 딸 이름이다. 그런데 어느날 전도연 휴대전화에 전화가 왔는데 이름이 뜬 걸 보니 복순 이모더라. 굉장히 세련된 사람과 복순이란 이름을 붙이면 아이러니가 느껴질 것 같더라. 그래서 길복순이 완성됐고, 딸 이름이 길재영이 됐다.한희성은 레진코믹스 대표 이름에서 따온 게 맞다.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하더라. ‘불한당’ 이후에 다시 영화를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글로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웬툰 스토리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찾아가서 만났다. 그러다가 친해졌다. -딸의 성을 엄마를 따라 길이라고 한 것도 인상 깊은데. 길복순 딸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더라도, 길복순과 차민규가 과연 과거에 어떤 관계였을까를 영화를 본 관객들이 궁금해 할텐데.일단 딸 성은 모계성을 따르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빠가 누구인지는 이 영화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솜 대사에 일부러 “아빠가 누구래?”라는 걸 넣었다.길복순과 차민규가 과연 잠을 잤을까는 내 생각도 있지만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그걸 얼아야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결정할 테니. 일단 난 안 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경구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도연은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했지만 시나리오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둘 사이에 에로스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전도연과 구교환의 베드신은, 여성상위와 함께 전도연 등의 칼자국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찍었나. 전도연이 끝나고 구교환에게 돈을 준 이유는. 여성상위도 맞지만, 그보다는 전도연 등근육과 등에 있는 칼자국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자킬러가 모델 같은 사람이 아니라 엄청난 등근육을 갖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전도연에게 등근육 운동을 부탁했더니 3개월 동안 그 한 장면을 위해 식단조절과 운동을 했더라. 현장에서 처음 그 등근육을 봤는데 무척 놀랐다. 사실 베드신은 대충 찍고 딸의 키스신에 더 공을 들이고 싶었다.전도연이 구교환에게 돈을 준 건,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카우보이들이 매춘부에게 무심하게 화대를 던지는 걸 반대로 그려보고 싶었다. -김시아가 연기한 길복순의 딸 길재영도 나중에 킬러가 되나.복순은 딸이 자기 피를 많이 물려받아 자신과 비슷한 걸 알지만 애써 모른 척 하고 살았다. 하지만 엄마에게 마음을 연 재영이 마지막에는 엄마처럼 빨간 색 옷을 입고 학교로 간다. 김시아에게 나중에 성인이 되면 ‘길재영’을 한 번 하자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 전도연을 조연으로 하고. -변성현 감독을 비주얼리스트라고 칭하는 건, 비주얼이 좋다는 뜻과 동시에 서사보다는 비주얼에 더 강하다는 뜻이기도 한데.일단 난 비주얼리스트가 절대 아니다. 시나리오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다. ‘길복순’도 서사 만드는 게 제일 힘들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서사를 비트는 한편 또 뻔한 걸 즐기게 하고도 싶었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내 영화의 비주얼은 일단 시나리오를 쓰고 난 뒤 그간 계속 작품을 같이 해온 한아름 미술감독에게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그럼 한 미감이 미술이 어느 정도 떠 있길 바라느냐, 땅에 붙어있길 바라느냐고 묻는다. 난 이번에는 ‘불한당’보다 더 가보자고 했다. 황당한 것과 현실적인 걸 섞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첫 장면은 동호대교지만, 평행서울 같은 느낌으로 가자고 했다. 이 영화 속 서울은 서울이되 평행서울 같은 느낌이길 바랐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부터 미술감독이 많이 참여해서 크레딧도 그 순서대로 갔다. 보통 크레딧에는 감독, 촬영감독 순으로 들어가는데 ‘길복순’은 감독, 미술감독 순으로 들어갔다. -딸의 키스 장면은 미성년자들의 연기 장면인 만큼, 넷플릭스 담당자와 변호인들과 같이 배우들의 부모님과 상의를 한 뒤 부모님 입회 하에 찍었다고 하던데.그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찍었다. 스케이트 보드 공간이 전국에서 가장 이질적이어서 결정했는데 허가 받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가장 늦게 찍었다. 배우들이 미성년자들이고 내가 성인 남성이다보니 그 장면을 직접 디렉션하기가 버겁더라. 그래서 전도연을 불러서 그에게 디렉션을 설명해주고, 전도연이 다시 김시아 등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전달해줬다. 전도연이 정말 디렉션을 잘 해줬다. -국무총리 후보자 아들이 입시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그 후보자가 아들의 살해를 의뢰한다는 게 영화의 갈등 구조 중 하나인데. 특정 정치인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어느 진영이나 어떤 정치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냥 딸을 위해 자기 일을 포기하려는 엄마와 자기 일을 위해 아들을 죽이려는 아빠를 대비시키려고 했을 뿐이다. -설경구와 세 번째 작품을 같이 했는데 다음에도 같이 하나.설경구에게도 진짜로 이번만 같이 하고 한 텀 쉬고 다시 하든 하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둘이 그만 같이 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다만 다음 영화에 설경구와 같이 하게 되면, 이번에는 절대 슈트를 입히지 않을 것이다. 꼬깃꼬깃하게 구겨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 마치 ‘오아시스’의 설경구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성오가 연기한 신상사는 너무 아쉽게 퇴장하는데. 신상사 스핀오프가 있으면 재밌겠다 싶기도 하고. 아, 그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김성오에게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하다. 김성오는 내가 가장 친한 배우다. 동네형 같은 사람이다. -길복순의 어린 시절, 얼굴이 마치 아수라 같이 그려지는데. 그 아수라 같은 모습이 전도연의 모습과 겹쳐지는데.킬러일 때 전도연은 왼쪽 얼굴을, 엄마일 때 전도연은 오른쪽 얼굴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아이 일로 전화받을 때는 카메라가 오른쪽 얼굴을 비춘다. 설경구와 떡볶이를 먹을 때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오른쪽으로 받는다. 국무총리 후보 아들을 죽이려 할 때 딸에게 전화가 와서 받을 때 카메라가 이유 없이 돌아서 전도연의 오른쪽 얼굴을 비추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 떡볶이집이 매우 유명한 맛집인 건 알고 있었나.몰랐다. 나중에 알았다. 먹어보지도 못했다. ‘불한당’때는 떡볶이 장면을 찍으면서 먹었는데, ‘길복순’은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날이 설경구와 전도연 촬영 첫날이라 너무 긴장해서 못 먹었다. -설경구의 젊은 시절을 이재욱이 연기했는데. 도대체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연출부가 이재욱의 클립을 보여줘서 캐스팅할 때는 그가 그렇게 잘 생긴 줄 몰랐다. 그렇게 유명한 배우인지도 몰랐고. 그냥 내가 본 클립에서 제일 연기를 잘했다. 그때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때라 만나서 오디션을 못 했다. 이재욱으로 결정하고 난 뒤 연락처를 받아서 설경구가 이 영화에서 어떻게 연기했는지 영상을 보내줬다. 그랬더니 외모를 흉내낼 수는 없었는지 목소리를 닮도록 준비해 왔더라. -‘길복순’은 음악이 전작들과 달리 혼종 느낌인데.다른 작품들처럼 김홍집 음악감독에게 음악을 부탁드렸는데, 이번에는 짬뽕이었으면 했다. 테크노도 나오고 족보에 없는 듯한 음악. 언제나 그렇듯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주셨다.-왜 ‘길복순’은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었나. 이 내용으로 다른 투자사에서 150억원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나.처음에는 반대했는데, 내 기준으로 대한민국 1등 배우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소개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투자가 안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차기작은.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 써놓은 것도, 준비해놓은 것도 없다. -변성현은 성공한 덕후이자, 빻은 취향을 극대화시킬 줄 아는 장인이라는 평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서 마니아팬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한데.빻은 취향이란 게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겠다. 빻았다는 건 안 좋다는 뜻인가?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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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의 힘! ‘길복순’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전세계 1위 [공식]

전도연의 힘이 입증됐다. 전도연 주연 영화 ‘길복순’이 넷플릭스 비영어권 부문 전 세계 스트리밍 1위에 올랐다. 5일 넷플릭스가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TOP) 10에 발표한 것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달 17일부터 4월2일까지 시청시간 집계에서 1961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비영어권 영화 부문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길복순’이 지난달 31일 공개된 것을 고려하면 단 사흘만에 이 같은 시청시간을 기록한 것. ‘길복순’은 한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베트남 등 국가에서는 1위를 기록했으며 캐나다, 독일, 스페인, 브라질, 뉴질댄드 등 총82개 국가 톱10에 올랐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영화 중 비영어권 부문 1위를 기록한 건 ‘정이’에 이어 두 번째다. ‘정이’가 개봉 사흘 만에 1930만 시청시간으로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에 오른 걸 고려하면, ‘길복순’이 ‘정이’보다 다소 시청시간이 많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인도영화 ‘완벽한 작전’이 1730만 시간으로 2위에 올랐다. 눈에 띄는 건, 전도연이 출연해 지난해 여름 개봉했던 영화 ‘비상선언’이 966만 시간으로 3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길복순’은 넷플릭스 영어권 영화 부문 시청시간까지 살피면 ‘머더 미스테리2’(6442만 시간), ‘머더 미스테리’(2469만 시간)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길복순’은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사춘기 딸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일을 그만 두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불한당’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전도연과 설경구 이솜 등이 출연했다.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4.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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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IS] 누가 '길복순' 변성현 감독에게 일베를 덧칠하는가

누가 변성현 감독에게 일베를 덧칠하는가.변성현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이 지난달 31일 공개돼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길복순’은 2일 기준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차트에서 3위를 기록, 이틀 연속 같은 자리를 지켰다. 80여 개국에서 많이 본 영화 순위 10위권 안에 들었으며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완, 베트남 등 6개국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길복순’은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사춘기 딸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일을 그만 두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불한당’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전도연과 설경구 이솜 등이 출연했다.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하지만 ‘길복순’은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관심과는 별개로 이상한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특정 장면을 거론하며 변성현 감독이 ‘일베’(극우 지역감정 여성혐오 조장사이트 일간베스트의 준말)라는 몰이를 하고 있는 것. 일부 인터넷 매체에 이런 주장을 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다시 이 글들이 여러 커뮤니티와 SNS를 도배하면서 ‘변성현=일베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길복순이 살인 의뢰를 받는 봉투 겉면에 도시, 국가가 표기되는데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서울-코리아’ 등은 파란색 씰로 봉인된 반면 ‘순천-전라’는 전라로 표기돼 있으며 봉투의 씰이 빨간 색이라는 게 문제라는 것. 순천 뒤에 나라가 아닌 전라라고 표기한 게 소위 전라민국이라는 일베식 은유며 ‘순천-전라’를 빨갱이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일베 수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길복순의 딸이 10만원 지폐에 들어갈 위인에 대해 말하며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김구, 안중근’ 등을 거론하며 공통점을 “다 사람을 죽였어”라고 말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구, 안중근 등 독립운동가들을 살인자라고 칭하는 일본 정부 입장과 맥락이 같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프레임을 짜고 맥락을 제거한 뒤 특정 장면을 문제 삼아 낙인 찍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앞뒤 맥락을 살피면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장면들이다. 문제 삼은 첫 장면은 킬러 회사가 의뢰를 A,B,C,D로 나누는데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서울-코리아’는 A급 의뢰다. ‘순천-전라’는 C급 의뢰를 맡는 희성(구교환)이 받은 미션이다. 나라와 도시가 붙는 A급은 국가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의뢰고, C급은 지방도시와 지역 순으로 나누는 작은 의뢰라는 차이가 있다. A급과 C급으로 나누니 씰의 색깔도 달리 한 것일 뿐이다. 이런 논리라면 ‘순천-전라’에 빨간 색 씰을 붙이면 일베고, ‘대구-경북’에 파란 색 씰을 붙이면 진보라는 소리일 터다. 심지어 ‘전라-순천’이 적혀 있는 봉투를 빨간색 씰로 봉인한 건 변성현 감독의 지시가 아니라 연출부가 만든 소품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의도도, 의미도 없는 걸 문제 삼아 문제로 만든 것이다.독립운동가 장면은 더욱 어이없다. 이 장면은 길복순과 딸의 문답으로 이뤄졌다. 딸이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김구, 안중근 등이 (10만원권에 담길 위인으로)아이들에게 많이 거론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 공통점에 대해 길복순이 “다 남자다”라고 이야기한다. 그걸 딸이 되받아 공통점으로 “다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다. 이어 그래서 자기는 “논개”를 추천했다고 말한다. 사람을 죽여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위인으로 다 남자만 거론되고 있지만 자기는 임진왜란 때 왜군 장수와 같이 죽은 논개를 위인으로 꼽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 킬러로 전설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는 길복순에 대한 은유이자,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해당 장면에서 왜군 장수를 죽인 논개를 쏙 빼고 일본 정부 입장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맥락을 제거하고 변성현 감독을 ‘일베’라고 낙인 찍고 조리돌림하고 있다. 차라리 ‘길복순’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 비리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그런 입시 부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표현이 등장하니 변 감독의 정치 성향을 일베라고 하거나, 여자가 남자를 죽이는 영화를 찍는 게 못마땅하니 별점테러를 하겠다고 한다면, 동의는 못해도 그러러니 하겠다. 애초에 여성혐오를 즐기는 일베 감독이라면 여자가 남자를 마구잡이로 죽이는 영화를 찍는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일본 장수 죽인 논개를 위인으로 꼽는 것도 그렇다. 그저 누군가가 명확한 의도로 변성현 감독에게 낙인찍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길복순’에서 구교환이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나오니 빨갱이라고 하든가, 여자 주인공이 남성 킬러들을 다 죽이고 다니니 남성혐오 영화라고 한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변성현 일베몰이는 그저 음습한 낙인찍기며 음모론이다. 이 음모론의 첫 출처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는 ‘길복순’ 대사, 그대로다. 오히려 변성현 감독은 전복자다. 그는 규칙을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길복순’ 속 킬러들의 규칙을 만들고 규칙 그 자체라고 주장하는 킬러회사 대표 차민규(설경규)를 길복순을 통해 전복하려 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자가 전설적인 킬러라며, 킬러는 곧 남성이라는 장르의 법칙을 부수려 한다. 부부가 같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체제를 뒤집는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고 뒤엎는다. 근친과 폐륜마저, 주인공들의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느냐를 표현하지, 선악의 개념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변성현 감독은 ‘길복순’으로 전복자이자, 튀어나온 못이자, ‘모두까기’인 자신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의미 타령하는 사람들한테, “의미가 뭐가 중요해, 아이들한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하지”라고 극 중 인물을 통해 부르짖기도 한다. 의미는 없고 비주얼만 있다고 지적을 받는 변성현 감독 스스로의 항변이다. 그는 동시에 “그래도 떳떳하게 당당하고 싶다”고 또 다른 인물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길복순’은 시네마 아티스트 변성현이 자신을 가장 투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변성현은 원래 그랬다. ‘불한당’에선 남성 킬러들 사이에서, 우정보다는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그려냈다. ‘킹메이커’에선 민주화 운동의 성역을 들여다봤다. 그는 장르 전복자이자, 우상 파괴자이지, 결코 일베는 아니다. 아마도 여존남비 사상이 팽배한 세상이었다면, 그는 거꾸로 ‘길복남’을 만들어 남자 킬러가 여자 킬러들을 죽이는 모습을 그렸을 터다. 말이 많으면 ‘빨갱이’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비판이든, 지적이든, 빨갱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입을 닫아야 했던 시절이 불과 10여년 전이었다. 이제는 튀어나온 못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도 안되는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고 조리돌림한다. 음습하게 낙인찍기하며 짐짓 정의로운 척 하는 위선자들보다는, 여자 좋아해도 당당하고 싶다는 길복순 딸 길재영(김시아)이 훨씬 이 세상에 이롭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4.0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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